생리컵이 신세계라는 얘기는 익히 들었지만, 내 몸에 뭘 넣어본 적이 없어서(!) 도전하기가 영 무서웠기에 자꾸 생리컵 도전을 미루기만 했었다. 탐폰을 먼저 써보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굳이 탐폰을 먼저 도전해야만 하나...하는 생각에 굳이 그러진 않았다. 먼저 생리컵을 사용중이던 동기에게 물으니 꼭 충분한 여가시간이 있을 때 도전해볼 것을 권했는데, 여가시간이 있는 상태 + 생리 기간이 겹치는 상태..를 기다리다보니 계속 미루게돼서... 생리기간이 주말에 겹치던 지난달 처음으로 생리컵에 도전했다.
첫 도전, 오프라인 구매 가능한 디바컵, 그리고 포궁 길이 측정하기
당시 급 마음먹은거라, 오프라인으로 구할 수 있는 생리컵을 찾아봤다. 검색해보니 올리브영에서 디바컵을 팔게 된다는 것을 알게됐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무작정 디바컵을 사왔다. 디바컵은 사이즈 0, 1, 2가 있는데, 순서대로 크기를 의미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올리브영에서도 생리컵이 잘 팔리는 항목은 아닌건지, 내가 간 올리브영에서는 사이즈 1과 2만 진열되어 있어서 1로 사왔었다.
나는 시종일관 C폴드 (컵을 쥔 상태에서 엄지로 가운데를 꾹 눌러서 접는 방식, 입구가 좁아진다)로 도전했고, 겸사겸사 도전하면서 경부 길이도 재봤다. 처음에 잘못재서 긴 경부에 해당되는줄 알았는데, 나중에 자궁경부 도면 그림을 찾아보고나니 내가 엄한 곳을 재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경부 입구 옆으로 손가락을 넣게 되면 빈 공간?으로 측정하게 되는데, 그러면 내가 긴 경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림을 머리속에 떠올리면서 손가락을 넣어서 다시 재 보니 낮은 포궁인듯 했다 (사족이지만 경부 길이를 재보기 전에 꼭 경부가 어떻게 생겼는지 이미 검색 해보는걸 추천한다! 생각 외로 많은 도움이 됐다).
그 다음달이었던가... 우연한 기회에 생리 직전에 산부인과에 갈 일이 있었는데, 그때 겸사겸사 선생님께 포궁 길이 측정을 부탁드리기도 했다. 이런 부탁을 받아보시는건 처음인지 조금 의아한 표정이셨으나 흔쾌히 측정해주셨고, 기계/초음파 측정결과 3.8cm라고 하셨다. 매우 낮은 포궁에 해당하는 셈이다. 포궁 길이가 4cm 이하면 낮은 포궁, 그 위면 일반, 손가락 두마디 넘게 닿지 않으면 높은 포궁이라 생각하면 된다. 만약 내가 죽어도 못재겠다 하면 산부인과에 가서 부탁해보는것도 추천한다.
아무튼 그렇게 도전한 디바컵은 넣는 연습은 잘 됐지만, 나한테 맞는 컵이 아니라는 느낌이 팍팍 왔다. 1. 계속 이어지는 이물감 (불편한 느낌), 2. 심지어 어떨때는 30분 이상 착용시 복통 있음, 3. 방광 압박이 느껴져서 불편함 + 소변을 계속 유발함.
그래서 디바컵에서 얻은 교훈으로 보다 부드러운 재질의, 낮은 포궁용 (작은 생리컵)을 찾다가 후보로 남긴 것이 둘, 이브컵과 레나 센서티브이다. 이브컵은 네이버 검색으로 바로 구매 가능한 한국 제품이고, 레나 센서티브는 아마존에서 구매 후 배대지를 이용해서 받았다.
이브컵을 주문하러 가보면 소독컵도 함께 파는데, 소독컵에 물과 함꼐 넣고 전자렌지 3분 정도 돌려서 손쉽게 소독 가능하다. 보관도 건조한 상태에서 소독컵에 넣어 보관 가능하다.
보관컵은 평소에 이렇게 납작하게 접어서 보관 가능하다.
요렇게 펴진다!
몰랐는데, 생리컵도 유효기한이 있나보다. 박스 뒤에 생리컵, 2021년 01월 06일까지...라 적혀있었다. 생리컵은 반영구 사용이 가능하다고 알려져있지만 (그래서 생리대보다 경제적이라고), 검색해보니 그래도 2~3년 주기로는 새로운 생리컵으로 교체해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또한 사용하다보면 탄력이 줄어들어 안에서 제대로 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러면 "실링"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생리혈이 제대로 받아지지 않을 수 있다) 주기적으로 교체를 추천한다고. 그래도 생리대보단 경제적인건 마찬가지긴 하다.
나는 빠르게 맞는 컵을 찾고 정착하고 싶었고, 생리는 자주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다음 생리주기에 바로 두 개 다 테스트해보고 싶었다. 다행히 제때 받고 사용해본 레나컵. 일반 레나컵이 있고 보다 부드러운 레나컵 센서티브가 있는데, 나는 이물감과 방광 압박을 심하게 느꼈던 디바컵을 생각하며 센서티브 스몰과 라지 사이즈를 구매했다.
사용해보니 4가지 모두 디바컵보다 편했고, 이물감도 적고, 훨씬 사용하기 좋았다. 한 생리주기에 어떤게 맞는지 알아보기 위해 4개를 돌려가며 쓰다보니 충분히 검증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경험한 바로는...
* 이브컵 미니
가장 편안하다. 넣었을 때 "착용한 걸 잊을 정도"라는 다른 생리컵 사용자들의 표현이 떠올랐다. 사이즈가 작아서 그런지 잘못 착용할 가능성이 적고, 나랑 잘 맞는건진 모르겠지만 얼추 넣어도 쏙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알아서 자리를 잘 잡는 생리컵. 다만 미니사이즈다보니 자주 갈아줘야 하나? 라는 걱정이 들긴 했다. 경험상 양 가장 많은 2~3일차에 4시간정도 후 갈아도 반 정도밖에(?) 안차긴 하더라. 미니 사이즈 치곤 그래도 꽤 오래 착용 가능한 셈이다.
* 이브컵 스몰
미니에 더 손이 자주 가긴 했으나, 스몰도 괜찮다. 디바컵같은 이물감은 들지 않았고, 외출할땐 스몰로 착용. 다만 미니와 달리 착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물감이 살짝 느껴지기도 했고 (그래도 디바컵처럼 복통을 유발할 정도는 아니었다...), 충분히 넣지 않으면 내려오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그래도 다음에 다시 써볼 생각.
* 레나컵 센서티브 스몰
좋긴 하지만, 꼬리가 너무 길다. 꼬리는 편의에 따라 잘라서 써도 된다고 해서 다음 사용때는 꼬리를 잘라보려고 한다. 이브컵 미니랑 옆에 두고 보면 사이즈 차이가 거의 안난다. 그러나 착용해보면 존재감은 이브컵 미니보다 더 강하다. 왜인지는 알 수 없음(....).
* 레나컵 센서티브 라지
자러 갈 때 주로 착용했다. 스몰 사이즈와 달리 꼬리가 (크게) 거슬리진 않았다. 탄성/경도도 괜찮아서 이물감도 크지 않았다. 주말에 생리의 영향으로 12시간을 스트레이트로 잤으나 제대로 착용했는지 아무 문제 없었다. 생리대 착용하고 자면 일어났을 때 말할 수 없이 찝찝한데, 생리컵은 그런게 일절 없어서 너무 좋았다. 이브 미니/스몰이나 레나컵 센서티브 스몰은 수면시 착용하기엔 용량이 조금 걱정돼서, 다음 주기때도 수면용으로 요긴하게 써보려고 한다.
다음은 생리컵 관련 받은 질문들.
Q: 생리컵이 정말 신세계인가?
A: 잘 때 특히 더 좋았고, 평소에도 훨씬 편하다. 더불어 생리대 때문에 피부가 쓸려 아프다거나 할 일이 없고, 불쾌한 혈 상한(?) 냄새로부터도 해방돼서 훨씬 좋았다. 앉아있다 일어날때 왈칵 쏟아지는 느낌이라든가, 혈 덩어리가 울컥 빠져나오는 생경한 느낌을 느끼지 않아도 돼서 너무 좋았다.
Q: 생리통이 정말 없어지나?
A: 딱히 그렇진 않았다. 그렇다는 사람들도 봤는데, 이건 사람마다 다른것 같다.
Q: 넣을 때 무섭지 않나? 어떻게 빼나?
A: 처음 도전하기 전에 유뷰트로 생리컵 관련 비디오들을 많이 봤다. 처음 도전할땐 화장실에 엄청 자주갔다. 실패했다가 다시 도전했다가의 반복이라 주말 반나절을 날리기도... 나같은 경우는 변기 끝쪽에 앉은 후, 다리를 벌린 다음 상체를 뒤로 편안하게 기댄 후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고 내쉰다 (의외로 도움이 많이 된다). 그런 다음 생리컵을 접어서 넣으면 보다 쉽다. 처음 넣을땐 "이정도면 되겠지?" 하고 얕게 넣을 수 있는데 그러면 안된다. 제대로 다 넣지 않았는데 중간에서 생리컵이 펴지면 정말...아프다. 그냥 처음 넣을때 내 손가락도 경부에 어느정도 같이 넣는다고 생각하고 쑥, 깊게 넣는다는 느낌으로 넣어야 한다 (물론 잘못되면 병원가면 빼줄거라는 굳은 믿음으로 연습하긴 했다).
폴드의 경우 (폴드: 생리컵 접는 방법) 나는 시종일관 펀치다운 폴드를 사용했지만, 자신에게 맞는 폴드를 검색해서 찾아보고 연습해보는게 좋다. 리비아 폴드를 많이들 추천하던데, 나는 펀치다운이 아니면 넣는 중간에 손가락 힘 부족으로 자꾸 생리컵을 놓쳐서... 고통뿐이라 펀치다운 폴드만 사용한다.
의외로 넣을때보다 뺄때가 더 무서웠다. 뺄때 역시 넣을때처럼 변기 끝쪽에 앉고, 뒤로 기대듯 한 후 숨을 내쉰다. 그런 후 엄지와 검지를 경부에 넣어서 컵의 밑부분을 찾아야 한다. 찾았다면 생리컵을 아래로/몸 밖으로 밀어낸다는 느낌으로 질 근육에 힘을 준다 (나도 질 근육에 내가 힘을 제대로 주고 있는건지는 알 길이 없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하면 어째 되긴 한다). 그럼 생리컵이 밑으로 쑥 내려온다. 그때 생리컵 밑부분을 두 손가락으로 잡고, 살짝 눌러서 진공 상태를 풀어준 다음에 조심스럽게 빼낸다. 처음에는 이게 잘 안빼져서 피범벅이 되기도 하고 그러는데, 연습할수록 피를 덜(?) 묻히면서 뺄 수 있게 된다. 만약 컵 밑부분이 찾아지지 않는다면, 겁먹지 말고 힘을 줘서 컵을 밀어내는걸 먼저해보자.
Q: 얼마나 자주 갈아야 하나?
A: 이브컵 미니의 경우는 4시간을 넘긴 적이 아직 없고 (4시간쯤 되면 살짝 뻐근한 느낌이 들면서 비워줘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레나컵 스몰/이브컵 스몰 사이즈의 경우 6시간까지 착용해본 적 있다. 레나컵 라지의 경우는 위에서도 언급했듯 12시간 내내 착용한 적도 있으니, 만약 자신에게 맞는 컵을 찾으면 반나절 외출 정도는 내내 착용해도 될 듯 하다.
Q: 생리컵 착용하고 볼 일 볼 때 불편하진 않나?
A: 소변은 전혀 문제 없다. 다만 대변은... 도전해본 적 없다. 배에 힘을 줘야하는데, 생리컵을 뺄 때 배에 힘을 줘서 빼다보니 같은 원리로 생리컵이 변기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차마 도전할 수 없었다. 실링이 되어있으니 이론상 그렇진 않을것 같지만, 만에 하나라도 볼 일 본 변기에 생리컵이 빠진다면... 아무리 열탕 소독을 해도 다시 쓸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간 경우라면 그냥 생리컵을 갈아주겠다는 생각으로 빼고, 볼일을 본 후, 다시 생리컵을 착용해줬다.
Q: 정말 생리컵을 쓰면 생리대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나?
A: 능숙하게 사용하는 분들은 그럴지도 모르겠는데, 나는 아직 초심자고 익숙해지는 과정이라 그렇진 않았다. 생리컵 착용시 위치가 잘 잡히지 않으면 혈이 샌다. 물론 많이 새진 않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안하면 속옷 빨래가 곤란해지므로... 항상 라이너를 착용했다.
또한 한 번은 매운걸 잘못먹었는지 배가 계속 아팠는데(!), 위에도 말했듯 난 생리컵 착용 상태로 대변은 영 불안해서... 화장실을 자주 갈 것 같은 느낌에 반나절 정도는 생리대만 착용한 적도 있었다. 이런것처럼 상황 따라 생리대를 착용하긴 해야해서 다 갖다 버리진 않았다. 그래도 비상용으로 구비해두는 느낌이라, 생리대 구매에 돈을 훨씬 덜 써도 될 것 같다.
Q: 외부에서는 어떻게 생리컵을 비우는지 / 재착용하는지?
A: 나는 맞는 생리컵을 찾으면 두어개 정도 더 사서 들고가서 교체하듯 할 생각이다. 검색해보니 보틀을 많이들 사용하더라. 보틀에 물을 넣고 들어가서, 그 물로 빼넨 생리컵을 헹구고 (보틀 안에 넣어서 흔들어서 헹구기도 하고, 물을 그 위로 흘러내리면서 씻기도 하고 다양했다) 재착용하는 방식이 메인인듯 했다. 나는 집에 남는 여분의 보틀이 없었고, 일반 보틀은 너무 커서 불편하지 않나...라고 생각하던 차에 루나컵 판매처에서 판매하는 생리컵용 미니 보틀을 발견하고, 3개 주문했다.
일반 보틀의 1/3 정도의 사이즈고, bpa free, 소독은 사이트 설명에 의하면 끓는 물을 안에 부어서 소독하면 된다고 한다 (단, 뚜껑은 그렇게 소독하면 안된다고).
이렇게 모든 종류의 생리컵이 다 들어간다! (위 사진에 넣은 것은 레나컵 센서티브 스몰이지만, 나머지도 다 넣어봤는데 다 들어간다). 나는 저 보틀에 물을 담아서 들어가서 착용 중이던 생리컵을 헹군 후 넣고, 파우치에서 갈아낄 소독된 생리컵을 착용한 다음 나온다. 나온 후 보틀에 담았던 생리컵을 한 번 더 세면대에서 헹구는데, 이미 보틀안에 담겼던 물로 한 번 헹군 후라 그렇게까지 피범벅(....)이진 않아서 세면대에서 헹구기에 민망하지가 않다. 참고로 물티슈를 함께 들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이상! 내 돈주고 산 생리컵 사용후기 :) 나는 아무래도 이브컵을 주력으로 사용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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